나는 도시노동자

한국에서는 나의 평생의 시간을 학교라는 공간과 공유한 것 같다. 학생으로 초중고 12년. 대학 4년, 대학원 2년, 심지어 군 복무도 육군통신학교(18개월 방위)에서 했다. 그리고 교사로 20년.....
앞으로 정년까지 17~8년 남은 것 같다. 정년을 다 보내면 65세(현재 62세이지 만 65세 연장이 논의되고 있다.) 중에 입학 전 8년을 제외하면 캐나다에서의 2년 6개월 동안만 학교라는 공간을 떠났던 시간이 된다.
글로 적어보니 2.5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학교라는 우물의 개구리가 우물 밖으로 나온 시간 인지도 모르겠다.
1차 시도: "캐나다 학교에서 일하기" 도전.... 대실패
정말 순진했다. 나 정도의 경력과 영어실력이면 당연히 학교에서 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언감생심(焉敢生心) 교사를 꿈꾼 것은 아니다. teaching assistant 가 되고 싶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보조 교사 정도인 것 같다. 실제 몇 학교에서는 전화 인터뷰도 통과하고 2~3명 정도 경쟁하는 최종 면접까지 갔었다. (이력서 작성 및 지원, 전화인터뷰 등의 자세한 경험과 노하우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적어보자.)
불합격 사유는 영어.....
난 내가 영어를 꽤 잘한다고 착각했다. 한국에 있을 때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며 친구가 된 원어민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영어로) 가끔 한국에서 근무하는 다른 친구(원어민)들을 만나면 나 보러 말을 좀 자연스럽게 하라고 해."
한국인에게 말하던 습관대로 말하다 보니 너무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가 만나는 대한 외국인들은 그들의 언어인 영어를 우리에게 말할 때 또박또박 천천히(70%) 속도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난 그 친구와 영어로 농담할 정도로 했었다. 심지어 그 친구를 위해 영어로 통역도 했다. 영어에 대한 이야기도 나중에 더 자세히 해보자.
난 현실을 자각하는데 6개월 걸렸다. 즉, 6개월간 1차 시도를 반복하며 실패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무직자로.....
여기서 잠깐, 그렇다고 캐나다 학교에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결코 아니다. 소수이긴 하지만, 한국 교사가 캐나다에서 교사로 일한 예가 있다. 또한, 1년여 정도 현지 대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면 교사로 일할 기회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다. 나중에 이와 관련하여 자세히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참고로 내가 있던 BC 주에서는 교사가 많이 부족했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기회가 열려 있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건, 나는 실패했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기에 방향을 전환했다. 기능직으로.....
돌이켜 보면 6개월이라는 시간이 아까운 것처럼 보인다. 더 빨리 생각을 전환했으면 경제적으로 더 풍요롭게 생활했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아주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만의 구직( Job hunting) 노하우가 생겼고, 한국 업체가 아닌 캐내디언 일하며 나름 충분한 대가를 받으며 일할 수 있었다.
캐비닛 인스톨러 (Cabinet installer)

나의 직업이었다. 내가 있던 밴쿠버 지역은 건설경기 붐이었다. 여기저기 주거용 고층 빌딩(high rise building)이며 타운하우스(town house), 콘도(우리의 아파트) 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어찌 보면 내가 원했던 직업을 비교적 쉽게 구한 이유가 이런 경기 흐름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은 이런 신규 빌딩의 각 세대에 들어가는 부엌가구(싱크대 등)와 화장실 가구(캐나다는 건식 화장실이어서 계수대가 있는 가구가 설치된다.)를 설치하는 일이다.
직업 분류로 보면 목수(Capenter)-> 마감 목수(Finish Capenter)에 해당된다. 참고로 목수는 캐나다에서 수요 직종이다. 마감 목수들은 나 같은 캐비닛 설치하는 사람, 창문과 문을 설치하는 사람, 바닥과 천장 등에 몰딩을 설치하는 사람, 바닥에 마루 설치하는 사람 등이 있다. 모두 고수익 건설 노동자다.
나의 경우 정식 installer가 되고 나서 3~4개월 만에 월 수익 5000~6000불 정도 벌었다.
일감이 적을 때는 4000불, 많을 때는 8000불까지 벌었다.
난 중간업자를 끼고 있어서 중간업자 마진 빼고 받아 이 정도 받았지만 원청회사(가구회사)와 직거래하는 installer는 만 불 이상 받는 사람도 봤다.
만약, 영주권 등의 계획을 갖고 장기간 머물 계획 있었다면 나도 원청회사와 직거래 했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으로 되돌아오기로 최종 결정되고 나서 2군데의 원청회사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offer를 받았었다.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I have to go back to Korea this summer."
정식 installer가 되고 1년 3개월 만에 찾아온 기회였다.
사실 운이 좋았다. 캐내디언과 일하기 전에 3개월 같은 직종의 한국 업체에서 일했었다. 즉, 현지 경력 3개월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운이 좋아 중간업자 로렌스(Lawrence)를 만나, 사업자 등록(캐나다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으면 가능하다.)도 내고 일도 배우고 일감도 받아먹고 살수 있었다.
운이 좋아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눈에 띄고 더 좋은 기회도 가질 뻔한 것이다.
그런데 난 이 운을 은혜라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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